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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2일 말씀

등록일자
2012-03-07
  • 2012년 2월 22일 채플 말씀 영상

    <세브란스 직원예배/ 2012.2.22. 이재정(성공회사제,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그때가 바로 이때입니까

    1. 세브란스병원과 맺은 제 인연은 참 깊습니다. 1974년 제가 급성간염에서 회복은 되었지만 항체가 생기지 못하고 만성간염으로 발전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약 한달 넘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박인서 교수님의 친절하신 진료를 잘 받았습니다. 그때 박교수님은 제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고 지금까지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제 장인께서 2002년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던 때에 별안간 돌아가셨습니다. 일찍이 당신이 세상을 뜨면 시신을 세브란스병원에 기증하여 의학연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드리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약속대로 시신을 기증하였고 약 3년이 지나서 그 유골을 성공회서울대성당에 있는 “안식의집”에 잘 모셨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적절치는 않습니다만 장인께서는 자신의 재산의 절반을 성공회대학교의 건축을 위하여 스스로 봉헌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지금도 제게는 단순히 장인어른이 아니라 삶의 큰 교훈을 주신 분으로서 존경을 합니다.

    2. 요즘 새로운 용어로 떠오른 말이 “2013체제”라는 것입니다. 사회의 지도적인 원로 백낙청 교수께서 작년부터 강연에서 여러 번 밝히셨던 이 말을 “2013체제 만들기”(창비,2012) 라는 책으로 내시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신 것입니다. 백 교수님은 “체제”라는 말을 사용하시면서 2013년을 단순한 정치권력의 변화 같은 좁은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의 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신 것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이 그리는 이 큰 그림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굳어버린 남북분단의 분단체제를 뛰어 넘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백 교수님의 말씀처럼 분단 이후 우리 역사에서 “체제” (system 또는 regime)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87년의 군부독제에서 민주적 체제로 전환했던 그 시대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하여 통치자를 뽑고 정부를 구성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좀 더 큰 발전을 이룩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백 교수는 87년 체제가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와 분단극복의 여러 가지 노력을 바탕으로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화를 2013년에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정권의 교체나 정치개혁 같은 정치적인 담론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 온통 복지사회, 복지국가 이야기가 대세입니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아직도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힘의 한가운데에서 “1% 대 99%”라는 의제를 내걸었습니다. 언제 또 이런 적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미국과는 달리 한반도에서 정말 복지사회를 우리가 염원한다면 먼저 분단체제를 깨뜨리고 평화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분단체제 아래에서는 정의사회도, 책임정치도, 민주주의의 원칙도 바로 설수 없었습니다. 분단체제 아래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이념논쟁이나 이념갈등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분열과 대결로 날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분단체제 아래에서 북은 북대로 핵개발을 통해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는 형편없이 후퇴하고 말았고 남은 남대로 국가안보를 내세워 무력증강을 강화하고 경제적 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하여 자연파괴와 환경문제는 물론 언론도 개인의 자유도 마구 훼손시키며 어떤 불공정도 어떤 반칙도 피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2013체제는 근본적으로 분단체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평화세계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만들어야 하다는 역사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지사회를 진정으로 만들려면 먼저 핵문제도 해결되어야 하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도 사라지고, 사회정의도 민주주의의 원칙도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서로 이웃이 되고 서로 친구가 되고 서로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면 그곳에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2013체제가 절실한 이때가 바로 그때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은 역사를 깊이 성찰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겨울이 이토록 춥고 긴데 봄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3. 2천 년 전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당시에 어떤 꿈을 가지셨을까요. 바빌로니아에게 페르시아에게 그리고 로마에게 수없이 유린당하면서 절망적인 사회가 되어버린 유대 땅에서 과연 예수님은 무엇을 바라보셨을까요. 그곳은 이미 고향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대결과 대립이 어둠을 깊게 만들어 이웃이 사라진 곳이었습니다. 사회적인 약자들은 어느 곳 하나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정의도 사랑도 평화도 평등도 사라지고 오직 엄격한 율법에 따라 서슬이 퍼런 통치만이 있었습니다. 이미 나그네를 위하여 들판에 곡식을 남겨두는 넉넉한 인심도 사라지고 병이 들어도 치료를 받거나 몸을 의탁할 곳이 없는 처절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핍박과 분노로 치를 떨고 있는 그 시대, 무서운 로마제국의 압정이 오랫동안 계속되던 절망의 시대에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비 인간적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은 예수님을 성령께서 “광야”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광야는 상징적인 말로 쓰이고는 있지만 “사탄”이 지배하고 있었던 바로 그 세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광야에서 사십 일간 “시험”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세계를 혹독하게 경험한 것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오늘부터 부활절까지 일요일을 뺀 40일간을 사순절, lent로 지키면서 예수께서 유혹과 시험을 이겨내신 것을 기념하면서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부활절을 준비합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세계는 상식과 합리성이 원칙과 정직함이 통하는 세계가 아닙니다. 기만, 사기, 폭력, 거짓, 교만 그리고 굴욕을 요구하는 세계일 것입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세계와 예수님은 결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사탄이 지배하는 질서를 당당하게 거부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멘토와 같았던 요한이 잡혀간 것입니다. 요한이 누구입니까. 요한은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거나 반역행위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말로 운동권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는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쳤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잡혀간 것입니다. 그리고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몇 백 년 동안 저항의 소리가 사라졌던 세상에 비로소 새로운 외침이 울려 퍼졌기 때문입니다. 사탄은 그것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탄의 세력이 그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복음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나라의 내용을 몸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 획기적인 변화를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복음을 믿는 다는 것은 먼저 회개하는 것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체제를 하나님이 지배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웃을 이웃으로 찾고 병자가 고침을 받아 건강하게 되며 오천 명이 너나없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그런 세계입니다. 율법에 의하여 속박 당하고 부당하게 지배받는 그런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하느님의 정의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것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가 곧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새로운 체제입니다. 그것은 과거와의 단절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내다 본 것입니다. 기독교는 이렇게 사탄의 지배는 마침내 무너지고 새로운 변혁의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종교입니다. 믿는 것은 머리나 가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내 삶으로부터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를 바꾸는 것입니다.

    4. 오늘날 우리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단체제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타나는 “새로운” 나라일 것입니다. 분단체제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먼저 분단이 언제 어떻게 고착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단의 역사는 구체적으로 1945년 해방을 전후하여 미소가 경쟁적으로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선수를 친 것은 소련이었습니다. 해방되기 일주일전인 1945년8월8일 소련군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북한에 진주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그날이 히로시마를 이어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되었던 날입니다.) 이에 놀란 미국은 8월11일 극동지역을 책임지고 있던 하지장군에게 “한반도의 38선 이남을 접수하라”는 전문을 보내는 한편 맥아더는 9월2일 한반도를 북위38도선을 기점으로 미소가 분할 점령하자는 제의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군은 9월8일 남한 전역을 점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맥아더사령관은 포고령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미군정을 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방이 되었지만 자주적인 정부를 수립하여 독립하려던 꿈은 사라지고 국토가 미소의 군대의 점령아래 “분단식민통치”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은 복잡한 미일 그리고 중소의 열강들의 힘겨룸가운데서 발발하였습니다. 소련이 북한에서 1949년 철군을 하면서 중국은 오히려 1949년에 2개 사단을 1950년 초에 추가로 1개 사단을 북에 파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후에 남침의 선봉에 섰습니다. 한편 미국은 1950년1월12일 애치슨라인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극동방어선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미 맥아더 사령관은 1949년3월 미국의 방어선을 필리핀, 오끼나와, 일본열도와 알류산 열도 그리고 앨라스카로 이어지는 방어계획을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소련과 중국은 필연적으로 한반도에서 미국과 일전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서 결국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긴 휴전협상 끝에 1953년7월 정전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1953년10월1일 미국 와싱턴에서 한미양국외무장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전협정은 열강들이 참여한 분단외교는 비극적인 분단체제를 고착시켰습니다. 이 분단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무섭게 우리를 이념과 대결의 문맥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남한은 3면이 바다인 특이한 섬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과 2007년 남북은 성공적으로 정상회담을 하였고 화해와 교류를 통하여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많은 기반을 닦아왔습니다. 그 결과 개성공단에는 오늘도 5만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들이 남한기업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였지만 10.4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남북협력을 위한 국가연합구조는 총리회담, 경제장관회담, 국방장관회담 그리고 여러 분야의 당국 간 회담을 통하여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정부는 2008년~2012년 남북관계발전기본5개년계획도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이것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한 채 시작도 못해보고 사장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평화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 것인지 분단의 구조가 얼마나 완강한 장벽인지를 다시한번 느낍니다. 장벽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예수님의 삶의 길은 바로 이러한 장벽들, 율법의 장벽, 차별의 장벽, 힘의 장벽을 대적하고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으로서 2013년 체제를 말하면서 과연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여야 할까요?

    5.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였습니다. 때가 찼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의 나라는 아직도 우리의 기다림과 간절한 소망 속에 있을 뿐입니다. 세계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전쟁, 테러공격,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 탄압의 역사를 보면서 여전히 사탄의 힘이 엄청나게 평화의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파괴하고 그 상처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에 중동지역에서 놀라운 변화를 통하여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였습니다. 역사는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아직도 어둡고 안타까운 분단문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분단의 구조와 분단의 힘이 사탄입니다. 사탄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정의도, 화해와 사랑도, 공존과 교류도 민주주의의 가치도 포기하도록 만듭니다. 결국 하나님을 포기하라고 압박을 가합니다. 경쟁에 이기는 승리만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오직 부와 성공만을 가치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탄의 유혹입니다. 사탄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분단체제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제대로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 남북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국가연합의 협력을 이루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그 나라는 바로 우리를 통하여 우리의 믿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남북이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사실 이런 합의도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종전도 평화협정도 남북이 주도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자는 합의는 2007년 정상선언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결단의 믿음을 가질 때 그리고 그것을 결행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남북 평화체제, 곧 한반도의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2013년 체제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가 함께 기도하고 함께 회개하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바로 내가 해야 합니다. 함께 해 나가야 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그래서 오늘의 때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바울이 말한 것처럼 몸은 비록 늙어가도 날로 새로워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바로 2013년 체제일 것입니다. 이때가 바로 그 때입니다. (*)

    참고도서: 백낙청, 2013년 체제 만들기,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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