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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23주년 동창 재상봉 특집
의과대학 25주년 홍지헌 동창 (1983년졸업)

25년 전 모교를 졸업할 때‘졸업의 노래’라는 시를 세란문학지에 실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데 그 시를 적어두었던 노트도 행방불명이 되어 어쩔수 없이 기억을 더듬어 다시 적어보았다.

졸업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언제나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을 늦추며

아직 우리의 시대가 오지 않았고
그동안 많은 꿈들을 버렸지만
더욱 단단해진 몇 개의 희망을 매만지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이야기했다

결혼은 앞둔 친구들
입대를 앞둔 친구들
병원 생활을 할 친구들

문득 성숙해진 친구들의 얼굴을 느끼며
아직 우리가 뜨거운 악수를 나누지 않았음이 생각났다

재상봉을 맞이한 대부분의 동창들이 50세가 되었다.
부모님과 모교가 졸업할 때까지 25년 동안 우리들을 키워주셨다면, 그 후의 25년은 세상이 우리를 단련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양육되고 단련된 후 50세가 되어 재상봉을 맞이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동안 매우 궁금했었는데, 막상 재상봉을 맞이하고도 아직 우리의 시대가 오지 않은 듯, 혹은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가 버린 듯 한 양가의 감정을 느낀다. 감격스러우면서도 서글픈 느낌은 삶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동안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함이 없었고, 거룩하지는 않았지만 건전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존경받지는 못했더라도 명예를 지키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모교와 은사님들의 은혜로운 가르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일이면 은사님을 모시고 졸업동기들이 광혜원 뜰에서 사은회 행사를 한다. 모레는 역사적인 재상봉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이 25년 전 졸업식을 앞두고 느끼던 감정보다 그 울림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졸업동기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추억의 거울로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주어 새삼 내가 누구였던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은사님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온 몸으로 명예로운 인생을 사신 모범을 실제로 보여주시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제 그릇 대로 크고 작은 기여를 하며 살겠다.
돌아보면 짧지 않은 세월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렸다.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 자녀들을 독립시켜야 하고, 가족과의 이별과 상실을 감당해야하고, 혼자 남아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힘겨운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때에도 먼 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인 우리 졸업 동기들이 서로 서로 의지가 되어주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모교와 은사님들의 커다란 가르침의 음성이 인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재상봉 행사를 마련해 주신 모교에 감사드리며, 우리 동기 회장단 민병현 교수님과 한동우 원장님 정말 애 많이 쓰셨다. 열심히 준비하신 후꾸오까 여행이 생애 최고의 추억여행으로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모두들 건강하게 열심히 지내다가 50주년에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감사합니다.